지난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한 목욕탕 계산대 앞에 코로나19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대하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어 영업중단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한 목욕탕 꽉 닫힌 현관문 옆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엔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고객님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도 기재돼 있었다. 2층 여탕과 3층 남탕 각 132㎡(40평) 규모였던 이 목욕탕은 지난달 28일 문을 닫았다. 2대에 걸쳐 30여년 동안 운영됐던 목욕탕은 지난해 10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10일간 휴업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로 단골이 끊기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목욕탕 안 이발소를 운영했던 ㄱ(70)씨는 “40년 동안 이 일을 해왔는데, 이번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여기서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새 일터를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만 2년째를 넘기면서 자영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12월과 2년 뒤인 2021년 12월 기준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간이주점과 호프전문점, 예식장, 구내식당, 노래방 등의 감소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피시(PC)방, 목욕탕, 여관·모텔, 기타음식점, 신발가게도 수가 줄었다. 100대 생활업종 통계는 소매, 음식점·숙박, 서비스 등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품목(용역)을 취급하는 업종의 신규창업·폐업 현황을 알 수 있는 지표다.
■ 호프·노래방 등 3밀 업종 직격탄 2019년 초부터 부산광역시 동래구 안락동에서 128㎡ 규모 노래방을 운영했던 김아무개(60)씨는 최근 장사를 접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한달 매출은 700만~1000만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이 이뤄지면서 월 임대료 100만원도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부가 금융지원을 해준다지만 다달이 이자 45만원씩만 갚을 뿐 원금 상환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가는 분위기라서 친척 등에게 돈을 빌려 다시 노래방 개업을 준비 중이라는 김씨는 “2~3년 새 가게가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중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조처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16일 서울 명동 한 식당의 테이블 모습. 연합뉴스
대표적인 서민업종인 간이주점, 호프전문점, 노래방, 피시방 등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부르는 ‘3밀’(밀접·밀폐·밀집) 업종으로 지목돼 어려움이 컸는데, 당국의 거리두기 조치 뒤에도 폐업 절벽으로 몰린 사업주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다. 특히 간이주점(소주방·선술집) 사업자는 2년 만에 1만4413개에서 1만811개로 25%나 줄어들었다. 호프전문점 감소율이 19.8%(3만2992곳→2만6469곳)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예비 신랑·신부들이 결혼식을 미루거나 취소한 여파로 예식장이 890곳에서 783곳으로 12%, 기업과 대학 등에 입점한 구내식당이 2만1677곳에서 1만9119곳으로 11.8% 줄었다. 이외에 노래방이 8.5%, 피시방이 8.3%, 여관·모텔업이 7.2% 줄어들었다. 2017년부터 인천시 부평에서 피시방을 운영해온 김아무개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버티기 힘든 것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피시방은 폐업하거나 폐업을 하려고 대기 중인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2년 새 5495곳에서 5058곳으로 7.9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 목욕탕 쪽에서도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업 신고를 할 경우 욕조시설 등을 모두 뜯어내는 데 막대한 철거비가 들기에 폐업을 미루고 휴업하는 곳도 상당수라는 설명이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휴업 목욕탕까지 집계하면 실질 감소율은 10~20%포인트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 영업하는 곳도 코로나19 전보다 매출이 70~80%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외에 신발가게가 6551곳에서 6219곳으로 5.1% 줄었는데 온라인 구매 소비문화가 자리를 잡은 영향으로 보인다.
■ 스포츠시설 증가세 눈에 띄어 업체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27만1383곳에서 44만5574곳으로 64.2% 증가한 통신판매업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 비대면 영업인데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통신판매업 사업자는 “전자상거래와 통신판매 형태로 영업할 수 있으니 굳이 사무실을 등록하지 않고도 집에서 창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성장한 업종으로는 펜션·게스트하우스가 눈에 띄었다. 1만3638곳에서 2만182곳으로 50% 가까이 늘었는데, 해외여행길이 막히고 야외활동을 선호하는 소비 흐름이 공급 확대로 이어졌다. 다만 창업이 늘었다고 수익 증가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병욱 한국펜션업협회 회장은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지를 찾는 발길이 상대적으로 늘었지만, 대부분의 펜션·게스트하우스 사업자들은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도 2019년 말 6만1548곳에서 2021년 말 8만3363곳으로 35.4% 증가했다. 청년·여성 등의 창업 진입장벽이 낮은데다 주로 낮에 영업이 이뤄지는 만큼 영업시간 제한 타격도 그만큼 적었다. 이외에 기술·직업훈련원(34.3%)과 교습소·공부방(33.1%) 등도 늘었다. 헬스클럽은 3밀 업종에 속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업장이 30%가량 증가했다. 비슷한 이유로 실내스크린골프점(29.5%)과 당구장·야구연습장·탁구장 등 스포츠시설 운영업(25.3%) 매장도 꽤 늘었다. 하지만 펜션과 마찬가지로 사업장 증가에 따른 과열경쟁, 수익성 하락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 수원에서 스크린골프연습장 10곳을 운영하는 김아무개(60대)씨는 “실내스크린골프장이 늘어나면서 고객이 분산돼 개별 사업장별 매출이 크게 는 것은 아니다. 평일에는 손님이 별로 없고 주말 특정 시간대에만 사람이 몰린다. 늦은 시간에 일찍 손님 끊기고 해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물가와 알바비는 올랐는데, 경쟁업체가 늘면서 게임비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 한 실내스크린골프장에서 시민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전체 사업장 수는 통신판매업과 한식전문점이 각각 44만5574개(증가율 64.2%), 40만4871개(4.8%)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부동산중개업(14만1582개·13.2%)과 미용실(10만8062개·6.2%), 옷가게(8만6028개·-0.1%), 커피음료점(8만3363개·35.4%), 실내장식가게(7만525개·24.1%), 교습학원(5만9088개·5.7%), 분식점(5만5429개·2.8%), 피부관리업(4만8570개·28.2%) 등이 뒤를 이었다. 100대 생활업종 전체 사업장 수도 2019년 12월 239만7281곳에서 2021년 12월 273만9012곳으로 14.3% 늘었다.
지난 25일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상가 1층 빈 사무실 입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대하 기자
■ “맞춤형 보상 등 정교한 대책을” 업종별로 코로나19 사태가 정반대 영향을 끼치기도 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정부 지원책이 좀 더 정밀하게 짜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호석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공동대표는 “정부가 손실 규모를 따진 뒤 손해가 컸던 100만여명에게 집중적으로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320만여명에게 소액을 골고루 나눠준 게 문제였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밤 11시까지로 제한된 영업시간부터 풀어야 자영업자들이 재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록 광주전남연구원 융복합산업연구실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장기화하면 소비동향의 변화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방역대책으로 피해를 본 서민 자영업자들을 위해 맞춤형 보상 등 정교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이승욱 이정하 김영동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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