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주연 한예리(왼쪽)는 최근 미국 영화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로부터 ‘올해의 위대한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진제공|판씨네마
“세계인이 공감할 한인 이민가족 이야기”
윤여정과 한예리, 스티븐 연 등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가 수상 등 해외에서 잇단 성과를 거두고 영화와 배우들이 내년 아카데미상의 후보로도 유력하다는 예측이 쏟아지면서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올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 입장이 제한되면서 극소수 관객만이 관람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일부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내년 상반기 국내에 선보일 예정으로, 벌써부터 기대감과 호기심을 키운다.
브래드 피트의 ‘플랜B엔터’ 제작
정이삭 감독 경험 바탕으로 연출
해외에서도 낯익은 배우들 출연
브래드 피트가 제작한 미국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에 희망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어린 아들의 시선으로 그렸다. 연출자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의 경험이 이야기의 바탕이 됐다. 정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계이다. 여기에 배우 윤여정, 한예리, ‘옥자’와 ‘버닝’으로 낯익은 스티븐 연 등이 출연했고, 대부분 대사 역시 한국어이다. 이 때문에 ‘한국영화가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도 낳고 있다. ‘미나리’는 할리우드 스타이자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미국영화이다. 제작비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소규모로 완성한 ‘저예산영화’이다. 또 현지 중견배급사 A24가 북미지역 배급을 맡았다.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판씨네마
“스토리의 보편성 획득”
영화 제목은 들판이나 개울 등 악조건 속에서도 잘 자라나는 작물 미나리를 뜻한다. ‘질긴 생명력’을 상징하며, 생면부지의 땅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극중 가족을 가리킨다. 한국계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 삼고, 스티븐 연이 제작자로도 참여하면서 이민 한인가정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을 높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랜B의 크리스티나 오 프로듀서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올해 영화를 초청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15일 “어떤 가족이든 겪을 수 있는,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면서 “윤여정, 한예리 등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좋다”고 말했다,
수상 등 해외 잇단 호평 속 아카데미까지?
영화는 올해 미국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시작으로 최근 윤여정의 보스턴비평가협회상과 선셋 서클 어워즈 여우조연상 잇단 수상, 버라이어티·인디와이어 등 세계적인 영화전문 매체들의 ‘올해의 영화’ 선정 등으로 호평 받고 있다.
각 매체들은 영화와 감독 및 배우들이 내년 아카데미상의 주요 부문 후보로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또 제작사 플랜B엔터테인먼트와 배급사 A24가 그동안 ‘문라이트’와 ‘노예 12년’ 등을 제작, 배급하며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은 이력도 관측에 힘을 더한다. 윤여정의 보스턴비평가협회상 수상은 전미비평가위원회와 뉴욕비평가협회 등이 내년 초까지 주관하는 영화상까지 기대하게 하면서 앞서 이를 휩쓴 ‘기생충’의 길을 따를 것이라는 ‘기시감’도 낳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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