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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싸움으로 번진 애플 갑질 판매…정부는 뭐하나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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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02 06:00

휴대폰 대리점이 아이폰12 시리즈를 판매하려면 무조건 해당 단말기를 구매한 후 3개월간 시연해야 한다. 겉으로는 이통3사가 대리점 측에 단말기 구매를 강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애플이 내세운 아이폰12 판매 조건 때문이다. 전국 1만개의 대리점이 아이폰12 시리즈(4종)를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애플은 한국에서만 총 4만개의 단말기 판매를 달성하는 셈이다.

일부 판매점은 이통사가 애플 갑질에 따른 비용을 대리점에 전가한다고 지적하지만, 애플의 갑질이 이통사와 판매점 간 다툼으로 비화했다고 볼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의 아이폰 판매 관련 갑질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의견 수렴 단계다. 아이폰12 시리즈 출시에 따른 피해는 휴대폰 판매점이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다.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 김평화 기자
수백만원 들여 시연용 단말 구매해야 개통 권한 얻는 대리점들

1일 이동통신 및 단말 유통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12 출시를 앞두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각 대리점에 제품 판매와 관련한 정책을 전달했다. IT조선은 27일 SK텔레콤이 대리점 대상 과도한 아이폰12 판매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는데, 그 사이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정책을 내놨다.

이통3사는 해당 대리점이 시연용 단말기를 직접 구입한 후 일정 기간 매장 내에 전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조건을 지키지 않은 대리점은 아이폰12 시리즈 개통 권한을 뺐긴다. 시연용 단말은 이통사 대리점 등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가 스마트폰의 기능을 미리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한 기기를 말한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단말기와 시연 단말기 간 차이는 없으며, 해당 제품은 데모폰이나 시연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유통 업체에 시연용 단말기를 제공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조사가 이를 회수한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12 시리즈는 일반적인 시연폰의 전시 행태와 달랐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각 대리점은 그간 시연용 아이폰을 직접 구매해 전시했다. 아이폰 출고가 중 일부 금액을 할인 받기는 했지만, 업체가 지게 될 부담은 상당하다. 특히 이번처럼 ▲아이폰12 미니 ▲아이폰12 ▲아이폰12프로 ▲아이폰12프로 맥스 등 4개 모델로 나온 아이폰12 시리즈를 판매하려면 4대의 단말기를 모두 확보해야 개통 권한을 받을 수 있다.

유통 업계는 아이폰 강매 조건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구매한 아이폰은 전시 의무 기간이 지난 후 중고로 팔 수 있지만, 구입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 손해를 그대로 떠안게 된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 시연이 필요한 곳만 단말을 사도 된다고 보는데, 유통 업체에 할당 개념으로 강매를 하다 보니 피해를 입는 대리점이 생기는 것이다"며 "수도권 매장은 젊은 고객 대상의 아이폰 판매 활동이 활발한 만큼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지방의 소형 매장은 1년에 10대도 못 파는 곳들이 있어 피해가 크다"고 호소했다.

아이폰12 시리즈 네 모델은 모두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속한다. 각 모델의 출고 최저가를 기준으로 최소 95만원(아이폰12미니 64GB 기준)에서 최대 190만원(아이폰12프로 맥스 512GB 기준)에 이른다. 해당 모델을 전부 구매하려면 488만원을 들여야 한다. 30% 할인을 받더라도 341만6000원이 필요하다.

이동통신사 "애플 갑질 심해 따를 수밖에 없다"

이통 3사는 이같은 강매 조건이 애플과의 계약에 따른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해명한다. 아이폰 판매 계약에서 애플이 거래상 상위에 있다 보니 애플 요구에 맞춰 강매 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아이폰12 시연용 단말 강매 조건의 경우 SK텔레콤이 먼저 애플과 조건을 논의하고, 이후 KT와 LG 유플러스가 해당 조건을 비슷하게 따라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폰12 판매와 관련한 조건은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만들어 대리점에 전달했고, 이후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판매 조건에 준한 내용으로 대리점에 아이폰12 판매 조건을 알렸다.

해당 관계자는 "애플이 제시하면 이통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시연용 아이폰 전시뿐 아니라 출시와 판매 등에서도 여러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 과정에서 이통3사의 세부적인 결정 사항 하나하나를 모두 통제하거나 제한하고 있었다. 광고 배너 위치, 형식뿐 아니라 아이폰 판매를 위한 각 이통사 보도자료 게시도 문구를 정해 제시할 정도다. 단말 공급 계약 시 이통사 마케팅 방법을 애플 본사에서 승인받도록 조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통사를 대상으로 한 애플의 갑질이 지속하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까지 나섰다. 공정위는 애플 한국 법인인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과 관련해 동의의결안을 마련한 후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동의의결안이란 사업자(애플코리아)가 제안안 시정 방안이 타당할 시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 갑질에 이통사 요구까지…이중고 겪는 대리점

일각에서는 아이폰 시연용 단말 강매 과정에 참여한 이통사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슈퍼갑(애플)에서 갑(이통사), 을(대리점)로 내려오는 권력 관계에서 갑질의 대물림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측은 "불합리한 강매 조건을 제시한 애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면서도 "이통사가 해당 조건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대리점 등 유통 업계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MDA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애플과의 시연용 단말 강매 조건 계약을 대리점에 일방적인 통보하는 식이었다. 계약 상 어떤 조건이 담겼으며, 왜 이행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아이폰 시리즈 출시 때마다 이통 3사별로 조금씩 강매 조건이 다르거나 때에 따라 조건이 완화 혹은 강화되는 등 들쑥날쑥하다.

KMDA에 따르면 KT는 최근 대리점 측에 아이폰12 시리즈 시연용 단말 전시 조건을 내걸며 추가로 해당 단말기를 유료 요금제로 가입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정 요금제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5G 최저 요금제는 월 4만5000원(5G 세이브 기준)이다. 네 개 모델을 개통해야 하니 매달 18만원씩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KT는 아이폰11 시리즈 출시 때도 시연용 단말에 요금제 가입을 지시했지만, 당시에는 시연용 요금제라는 명목으로 별도의 비용을 부과하지 않았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애플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이통사도 어느 정도 숟가락을 얹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생태계가 많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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