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는 국내 게임업계 기술력을 이야기할 때 항상 손에 꼽히는 회사다. 2010년 김대일 의장을 주축으로 창립된 펄어비스는 ‘게임의 심장’이라 불리는 게임 엔진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했다. 이러한 높은 기술력 뒤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다. 지난해 펄어비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펄어비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32%다. 연구개발비는 새로운 제품, 또는 새로운 기술의 연구개발 등을 위해 업체에서 1년간 들인 총비용을 말한다. 이는 넷마블(22%), 엔씨(19%), 크래프톤(19%), 컴투스(16%), 위메이드(8%), 카카오게임즈(7%), 넥슨(6%) 등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6%)과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투자하는 메타(페이스북, 21%)보다도 비중이 크다.
최근 3개년 연구 개발비 또한 2019년 16%, 2020년 19%, 2021년 32%로 매년 상승 중이다.
펄어비스가 주력하는 분야에는 차세대 3D 그래픽스 엔진, 광학 후처리 엔진 협력 개발, 콘솔 플랫폼 게임엔진 개발, 자체 캐릭터 애니메이션 엔진. 복셀 기반 네이비게이션 엔진 등이 있다.
그중 펄어비스의 자체 게임엔진은 연구개발의 기념비적인 성과라 볼 수 있다.대체적으로 대부분의 국내 게임 개발사는 유니티의 ‘유니티 엔진’,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등 외산 상용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평균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해외 개발사에도 유니티 엔진과 언리얼 엔진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CRPR은 자사 대표게임 ‘더 위쳐’의 후속작을 언리얼 엔진5로 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펄어비스는 그동안 ‘블랙 데저트 엔진’, ‘블랙 스페이스 엔진’ 등의 자체 엔진을 제작한 바 있다. 블랙 데저트 엔진은 실사에 가까운 3D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을 구현하는 데 특화됐다. 해당 엔진을 통해 ‘검은사막(PC 및 콘솔)’, ‘검은사막 모바일’, ‘섀도우 아레나’ 등이 제작됐다.
블랙 스페이스 엔진은 펄어비스의 차세대 엔진으로 기술력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펄어비스는 이를 통해 ‘도깨비’, ‘붉은사막’. ‘PLAN 8’ 등 AAA급 신작 3종을 콘솔, PC 플랫폼으로 제작하고 있다.
앞서 펄어비스는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21’을 통해서 블랙 스페이스 엔진에 대한 정보를 공개된 바 있다. 고광현 펄어비스 리드 엔진 프로그래머는 해당 엔진의 특징을 자세히 소개했다. 블랙 스페이스 엔진은 빛과 그림자 표현, 대기 처리, 물리 환경 구현, 각 사물의 재질 표현 등 그래픽 전반에 걸쳐 한층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손이 덜 가는 방향에 주안점을 뒀다.
각종 광원 효과는 현실에 가깝게 유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연구했다. 각각의 대기현상을 개별로 연산하기 않고 모두 한번에 작업해 어색함을 줄이고 사실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개가 흩어지고 뭉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시설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펄어비스는 현재 300억원을 투자해 평촌 부근에 연면적 약 4958㎡(1500여평) 규모의 5층 아트센터를 짓고 있다. 국내 게임 아트센터 중 최대 규모다. 올해 완공이 목표다.
아트센터에 들어설 신규 모션캡처 스튜디오는 1000㎡ 규모다. 150대의 모션캡처 카메라를 설치하고 9m 이상의 기둥 없는 공간으로 짓는다. 높은 층고와 넓은 공간을 확보해 와이어 액션부터 부피가 큰 물건이나 동물 등을 제약 없이 다룰 예정이다. 다채로운 모션캡처 촬영을 통해 사실감 넘치는 게임을 제작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펄어비스는 현재도 국내 최고 수준의 모션 캡처 스튜디오와 3D 스캔 스튜디오, 폴리 레코딩(게임에 직접 다양한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인프라) 시스템을 갖춘 오디오실 등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도깨비, 붉은사막. PLAN 8 등의 신작을 개발 중이다. 이 중 도깨비는 지난해 8월 독일 쾰른메세에서 개최된 게임스컴에서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됐다. 수려한 그래픽과 트렌디한 감성으로 게이머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 특히 영상 전체가 시네마틱이 아닌 인게임 플레이 영상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게임사 중 게임 개발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회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게임 개발에 대한 부담감과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신사업(NFT,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에 관심을 쏟고 게임사가 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펄어비스는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AAA급 차기작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고, 자체 게임엔진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전반에 웰메이드 게임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이같은 흐름이 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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