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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로 유통망의 '대목'이 기대됐지만, 판매업자들은 "갤럭시S22 할아버지가 나와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푸념한다. 일각의 '불법보조금'과 갖가지 탈법 사례로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한때 30만명에 달했던 종사자는 수만명 규모로 줄었고, 점차 '고사' 위기에 내몰리는 흐름이다.
26일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휴대폰 구입 채널'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 '온라인·인터넷'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의 비중은 22%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 하반기 조사에서 온라인·인터넷 비중이 12%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7년 새 10%포인트(p) 늘었다. 4~5명 중 1명은 휴대폰을 구입할 때 판매점을 아예 찾지않는 셈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쇼핑 트렌드에 더해 '자급제+알뜰폰' 조합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자급제 단말기를 구입한 후 알뜰폰 통신사에 별도 가입하는 경우 온라인 채널 이용이 절대적이었다. 작년 하반기 알뜰폰 가입자의 59%, 또 자급제 폰 이용자의 45%가 온라인에서 휴대폰을 샀다. 전체 휴대폰 구입자 중 온라인 비중이 22%인 것과 비교하면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제조사도 자급제 판매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2018년 2월 국내 출시됐던 삼성전자 갤럭시S9의 경우, 9일 동안의 사전예약 중에서 자급제 판매 비중은 10%에 그쳤다. 반면 작년 1월 선보인 S21의 경우, 7일 간 사전예약에서 자급제 판매 비중은 30% 수준이었다. 갤럭시 S22 역시 자급제 비중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자급제 판매에는 제조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쿠팡 등 이커머스 업계도 대거 뛰어들었다. 휴대폰 유통망으로선 판매장려금이 없다시피 한 자급제 수요의 증가가 달갑지 않은 상황인데, 그마저도 대형 이커머스 등에 빼앗기는 것이다.
■ '황금기' 종사자만 20만여명…이제 '음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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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판매대리점. 2021.5.287/뉴스1 |
실제로 2009년 말 애플의 아이폰3GS 국내 출시 이후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휴대폰 판매점들은 호황을 누렸다.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 3사가 자사 제품 및 가입자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판매장려금을 뿌렸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말 1만1511곳이던 '휴대폰 판매점은 2014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직후인 2015년 8월에는 1만8645곳까지 늘었다. 업계에선 당시 판매점 종사자가 2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후 판매점의 '먹거리'가 줄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2018년 12월 기준 전국의 휴대폰 판매점은 1만7955곳으로 뒷걸음질했다. 판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규모가 큰 매장은 모객부터 가입안내와 서류 작업 등 나눠 맡으며 2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곳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벌이가 줄면서 매장의 덩치도 함께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집단상가의 불황이 심각하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휴대폰을 '집단상가'에서 샀다는 응답은 3%에 그쳤다.
최근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상가에 대규모 매장보다는 오피스텔 등에 소규모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밴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모객을 하고, 이후 찾아오는 고객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서류 절차만 처리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이른바 '성지'를 내세우며 불법보조금을 뿌리는 행태도 이처럼 은밀한 공간에서 주로 횡행한다.
소규모 매장이 늘면서 오히려 작년 11월 기준 전국의 휴대폰 판매점은 1만9186곳으로 단통법 직후 '황금기'보다 500여곳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판매점마다 1~2인에 불과한 소규모 점포가 많아 업계에선 "전체 종사자는 수만명대로 쪼그라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등치고 판매직원엔 노예계약.. 탈불법 잇따르는 유통현장![]() |
5G 서비스 개통 100일이 되어가는 가운데 시민들이 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이동통신사 대리점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
A씨는 이후 1년 6개월 동안 월 50만~200만원을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빚을 모두 갚았고, 입사 2년 5개월만에 퇴사했다. 드디어 족쇄를 벗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퇴사한 뒤 접수된 고객 불만에 대해 'A씨가 판매한 상품이니 해결하라'는 회사의 요구가 이어졌다. A씨가 고객에게 약속했던 단말기 할부지원금을 주지 않았고, 기존 미납요금도 처리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어 1780만원을 더 내놓으라는 요구였다. A씨는 끝없는 '채무의 굴레'에 극심한 우울증, 대인기피증, 공황장애까지 겪게 돼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했다.
■ '프리랜서' 신분의 판매원들…퇴사해도 '무한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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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신사 대리점과 판매 직원 간 위탁 판매 및 영업운영계약서 중 일부. |
A씨 사례의 경우, 판매 직원을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분류하고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계약 관행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고, 실제 과실이 없더라도 계약에 따라 상품 판매의 '무한책임'을 지게 된다. 실제로 한 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직원 간 계약서에는 "을(판매직원)이 체결한 계약 건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고객 민원은 을에게 책임이 있다"거나 "(대리점-직원 간)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을의 판매건으로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 지속 적용된다"고 명시해 '퇴사 후 무한책임'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무한책임 규정은 대리점의 관리 책임을 원천 배제한다는 허점이 있다. 윤지영 변호사는 "판매직원은 계약 성사 시에만 건당 수수료를 받지만 대리점은 계약 성사 시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고객이 계약을 유지하는 내내 통신요금의 일부를 가져간다"며 "대리점 측에서도 고객의 불만을 잠재우고 사후 관리할 필요성이 큰데, 고객 관리 비용을 모두 직원에게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조만간 유사사례를 모아 이 같은 '무한책임 계약'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법 위반으로 신고할 예정이다.
■ 장애인 등치고, 반납 폰서 정보유출…계속되는 '탈법'
지나친 호객행위와 눈속임 등 부당 영업행위는 꾸준한 비판의 대상이다. 특히 지적장애인 대상의 고가 휴대폰 또는 요금제 강매는 잊을 만 하면 발생한다. 일례로 지난해 10월에는 지적장애 3급인 한 고객을 대상으로 무려 4년 간 8차례에 걸쳐 휴대폰 8대, 태블릿 PC 2대 등을 강매해 1000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준 사실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중 6건의 계약은 고객이 아닌 판매직원이 대리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부의장이 작년 국감을 앞두고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작년7월까지 접수된 장애인 휴대전화 개통 피해는 70건이었고, 이 중 47건(67%)은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에게서 발생했다. 김 부의장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고객 정보 유출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유튜버로 활동하는 20대 여성이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한 통신사 판매점에 반납한 사생활 사진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판매점 직원이 기존 휴대폰을 초기화 한 것처럼 속인 뒤 몰래 고객 휴대폰에서 은밀한 정보를 빼낸 것인데, 업계에선 이른바 '탐정까기'라는 은어가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횡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범죄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비판하는 영업 행태는 여러 가지다. "액정필름을 바꿔준다며 휴대폰을 빼앗아 호객행위를 한다" "홀로 다니는 여성만 노려 폰을 가로챈 뒤 가게로 끌어들인다" "현란한 말솜씨로 할인금액이 큰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는 등의 불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에선 인센티브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 판매교육 부재 등의 환경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무너진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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