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보험 모집채널 선진화" 계획에 '보험판 하이마트' 논의 활발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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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29 08:00

‘보험판 하이마트’로 불리는 보험판매전문회사에 대한 논의가 보험업계와 보험대리점업계를 중심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 모집채널과 관련해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보험대리점(GA)인 에이플러스에셋의 코스피 상장 분위기를 몰아 대리점업계에서는 판매전문회사 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과거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보험사들도 제조, 판매 분리 기조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독립보험대리점(GA)의 모임인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최근 ‘보험판매 선진화를 위한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방안’ 연구용역을 마쳤다. 연구용역에는 판매전문회사 진입 요건과 업무범위,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보험료 협상권 및 보험중개업자의 이해 상충 등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지난해 10월 보험대리점의 지속가능 발전방안에 이은 후속 연구로, 대리점협회는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구를 맡은 이순재 세종대 교수는 "GA가 설립된 지 15년이 지나면서 계속 성장했는데 제도는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성인이 됐는데도 초등학생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으라고 하니 옷이 몸에 맞지 않는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금융당국에서 대형 규모로 보는 500인 이상 대리점 중 자본금 규모와 설계사 유지율 등 조건을 맞추는 회사에 판매전문회사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담겨있다.

GA는 보험사를 대신해 보험계약 체결을 대리하는 회사를 말한다. GA는 여러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작년말 기준으로 GA 소속 설계사는 23만2453명으로 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9만1927명)와 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9만4995명)를 합친 것보다 많다. 하지만 커진 덩치에 비해 불완전판매비율이 높고, 전문성이나 배상책임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GA에 충분한 권한을 주고 책임을 확실하게 물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GA 업계는 판매전문회사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는 보험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는 보험상품을 만들고, 판매전문회사는 보험사가 만든 상품을 판매 중개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하이마트가 전자제품을 만들지 않고 판매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과 비슷하다.

GA가 판매전문회사가 되면 불완전판매비율이나 보험계약 유지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소비자보호 의무를 지게 된다. 대신 권한도 그만큼 강해져 보험사와의 협상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이플러스에셋을 비롯해 상장을 앞둔 인카금융이나 피플라이프 등 대형 GA들을 중심으로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뿐만 아니라 제조, 판매분리 기조를 사실상 받아들이고 있는 보험사들도 판매전문회사 제도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생보업계 2위인 한화생명(088350)은 전속 영업조직을 분리해 내년 4월 1일자로 별도 법인으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엔 자회사로 운영중인 GA인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의 합병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싱크탱크인 보험연구원도 정세창 홍익대 교수와 함께 보험 영업생태계 건전화를 위한 독립 보험대리점 혁신방안 연구용역을 마무리 하고 최근 금융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보고서는 판매전문회사를 허가제로 해야한다는 보험사 입장이 다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논의는 지난 2008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지만 보험사와 GA업계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중단된 적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예전보다 제판분리 기조와 강해지고, GA가 코스피에 상장할 정도로 판매전문회사 도입과 관련한 공감대가 충분히 무르익은 상태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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